이곳 태국에 와서도 엄마가 직장 생활을 하느라 온 지 1주일이 되자마자 영국계 인터내셔널 스쿨에 입학을 하였답니다. 그 당시, 윤승이는 혼자서 비디오를 보면서 터득한 알파벳이 영어에 대한 지식의 전부였습니다.

태국에는 인터내셔널스쿨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는 미국식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미국식 학교와 영국식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영국식 학교, 그 외 대만, 일본, 한국의 국제학교가 있습니다. 윤승이는 그 중에서 영국식커리큘럼을 따르는 THE REGENT’S SCHOOL (www.regents.ac.th)에 다니고 있답니다. 대부분의 인터내셔널 스쿨이 그렇듯이 유치원 과정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있는 학교입니다.

나라에서 인정을 해주다 보니, 인터내셔널 스쿨이지만 내국인인 태국아이들이 반 수 이상을 차지하는 학교가 대부분입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학교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second language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권 나라의 학교보다 second language인 영어를 모국어처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수업 방법들이 필요한거지요. 윤승이는 유치원과정인 reception class 부터 다녔답니다. 학교에서는 윤승이가 1년 동안 공부할 내용들을 입학한 첫 주에 알려주더군요. 이때, ORT가 영어 교과서임을 알게 되었구요. reception class에서는 1단계를 수업으로 하더군요. reception class 의 key word는 모두 145개 입니다. 엄마의 생각으로는 아주 적은 수의 단어이지만 만 4세에서 5세의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고, 읽는 단어였답니다.

처음에는 ORT의 주인공이름 말하기, 주인공이름 쓰기 (거의 그리는 수준이지요..) 적어 놓은 단어에서 주인공이름 찾기..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읽기와 말하기 연습을 하더군요. 이것과 더불어 알파벳의 사운드를 공부하는데 알파벳 순서가 아니라 자음부터 무성음,유성음, 파열음 순으로 배우더군요. 예를 들어 f의 소리 값을 공부하면서는 f로 시작하는 fish, flower, face, frog 등을 그림과 함께 단어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리값과 단어를 익히더군요. 일주일에 알파벳 하나씩.. 그 다음주에는 전 주에 배운 소리 값 복습과 새로운 알파벳 하나.. 이런 식으로 공부의 양을 늘려 가면서 자음과 모음을 모두 익혔답니다. 학기말이 되어가면서는 그렇게 익힌 소리 값으로 더듬더듬 ORT와 KEY WORD들을 읽기 시작했고, 불러주는 소리들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법 비슷하게 받아쓰기 하더군요. 한 주에 ORT 한 권과 주말에는 알파벳 한 글자 쓰기 숙제.. 한국에서 시키는 양에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랍니다.

ORT는 엄마와 함께 그림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여기서는 CD-ROM이나 오디오 TAPE도 구할 수 없답니다) 책 속의 단어들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숙제입니다. 이런 식으로 간단한 문장으로 얘기 하다 보니 윤승이가 제일 먼저 하기 시작한 말이 “LOOK AT THIS.” 였답니다. 학교에서는 책 속의 단어들을 읽기도 하고, 선생님에게 아이가 서툰 영어지만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 주기도 한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다 같이 시작을 했지만 학기가 끝났을 때는 아이마다 공부하는 내용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학습내용을 100% 습득하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 거지요. 느린 아이는 느린 아이대로, 빠른 아이는 빠른 아이대로 기본 틀에 맞춰서 수업을 하는 거지요. 한국에 있는 아이들보다는 영어에 많이 노출된 상태이지만(언어샤워라고 하지요.) 여기 학교의 학생의 80% 정도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학교에서는 아이의 영어 실력향상을 위하여 몇 가지 방법을 권한답니다.

1. 하루 식사 중 한 번은 아이와 영어로만 대화한다. 물론 엄마의 입장에서는 무진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지요. 하지만 미리 아이에게 할 말들을 준비해 놓는 다면 차차 자연스러워지겠지요? 윤승이도 처음에는 “엄마 왜 영어말로 해? 한국말로 해” 라면서 절대로 대답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영어로 물으면 영어로 대답한답니다.

2. 영어방송을 자주 보여준다. 특히 라디오가 좋다고 하더군요. 한국에는 AFKN도 있고, 케이블TV도 있으니까 조금만 신경 쓰시면 가능하겠지요.

3. 디즈니나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원어 비디오나 DVD를 보여준다. 단, 자막, 녹음 모두 영어로 된 것을 권하더군요.. 지금은 YEAR1에서 ORT 2단계와 ORT 1단계 PHONIC를 공부하고 있답니다. ORT 1단계 PHONIC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단어를 넣어서 문장을 만들기도 하고, 2단계의 책들을 읽기도 하고… 물론 작년에 이어서 소리값과 알파벳 쓰기도 병행한답니다. 그런데 전혀 새롭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고, 작년에 배운 소리값의 단어들과 새로운 단어를 몇 가지 추가하는 정도여서 아이가 공부가 아주 쉽다고 느끼도록 하더군요. 작년과 다른 점은 소리값이 첫소리로 시작되는 단어 뿐만 아니라 중간이나 끝에 오는 단어들도 함께 공부한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엄마의 게으름으로 별로 공부를 돌봐주지도 못하고, 학교에서 배운 것이 전부인 윤승이지만 이런 방법으로 영어책을 읽어 나가면서 겨우 익힌 한글의 소리값을 응용해 가면서 한글동화책도 읽는 답니다.

이곳에서 학교에 아이를 보내 놓고, 우리나라 엄마들의 조기 교육열풍을 생각해 보았습니다.물론 저도 그 중에 하나였었구요. 단지 기회가 닿아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아이를 공부시키고 있는 거지만..,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스폰지 같답니다. 지금은 FEED BACK이 없더라도 어느 순간에 그 결과가 아이에게서 나올지 모르는 것이니까요... 절대로 조바심 내지 마세요. 시작은 어느 시기에 하셔도 좋지만 시작하신 후에는 천천히 아이에 맞게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서 ORT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영국계 학교와 같은 책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에 아이들에게도 있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혹시라도 ” ORT가 뭐가 좋다고…, 우리 아이는 하나도 효과 못 보았는데…” 하는 엄마들이 계실까봐 영어권이 아닌 나라의 학교에서는 이렇게 ORT로 수업을 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