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공부하시는 아빠덕분에 머나먼 유럽땅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9년이란 세월을 보내며 우리와는 사뭇 다른 유럽인의 언어와 문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생활한 곳은 소위 말하는 영어권이 아니었지만 좋은 기회가 주어져 국제 영국학교에서 초등학교 생활의 일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ORT의 좋은점을 간략하게 소개 했지만 이번에는 영국학교에서의 초기 영어 교육방법에 대해 잠깐 제 의견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물론 2년반 정도의 시기동안 제가 보고 느끼고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기에 짧은 소견이 될수 있다는 두려움도 없지 않네요.

  먼저, 그들이 아이의 연령에 맞게 교육하는 모습이 처음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영국 아이들은 그 아이가 언어적 재질이 많다 하더라도 나이에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성을 감안하여 교육을 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편차를 두기도합니다만 기본적인 입장은 이렇습니다.

  글을 가르칠 때도 nursery 유치원(만3세 이상)에서는 글은 가르치지 않고 노래와 많은 이야기들을 접하게 하면서 많은 문화행사를 가지고, 기본적인 수 개념을 가르치면서 놀이 문화를 통해 아이들이 작은 사회에 적응하는 교육을 주로 합니다. 언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듣기에 치중하여 가르치는 모습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읽은 능력보다는 듣는 능력이 더 뛰어난 시기이기에 그런 듯 합니다. 영어를 가르칠 때 에이비씨를 먼저 가르쳐야된다는 우리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지요. 영어를 처음에는 재미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5세가 되어 초등학교를 준비하는 시기인 reception과정에 들어가면 비로소 글을 가르치게 되는데 이미 우리나라에도 소개가 되어있는 파닉스의 방법으로 언어를 가르칩니다. 예를들자면 'A,a'를 우리때만 하더라도 '에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배웠지만 영국식 언어과정에서는 '아'라고 하는 음가를 먼저 가르치게 됩니다. 그래서 'dog'라는 단어를 읽으려면 'd(드), o(오), g(그)'라는 세 음가를 모션과 함께 배우며 바로 읽을 수 있게 교육을 합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처음 배우면서 이름과 발음을 동시에 익혀야하는 이중부담이 없어졌고 나중에 자연스럽게 음가가 가지는 고유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방법으로 읽기를 가르치면 놀랄 정도로 빠른 시간안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우리 아이들이 소유하게 됩니다.

   6세 이상의 아이들은 듣기 능력에 비해 읽는 능력이 더 발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령과 수준에 맞게 ORT교재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이야기와 그림이 재미있기에 아이들이 그 다음에 어떤 이야기들이 올지 기대를 가지게 되고 또 책에 나오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그런 것을 자신들에게 적용하기도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Wobbly Tooth라는 책을 본 이후로는 꼭 이를 빼고 난 뒤 베개 아래에 놓아두고 잡니다. 치아요정(tooth fairy)이 올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다음날 어김없이 치아요정은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답니다. 매년 찾아오는 크리스마스가 한해의 한번 있는 기쁨의 날이라면, Wobbly Tooth를 읽고난 부터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를 뺀 날이 두려움과 아픔 그리고 기대감과 기쁨이 교차하는 추억의 날들로 바뀌었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영국학교를 다니면서 교과서로 처음 접한 ORT 교재는, 단계별로 그림과 글이 잘 조화되어 흥미를 가지고 처음 접했으며 교과서라고 하면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제 편견을 완전히 바꿔버린 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들이 단순히 보는 재미와 읽는 능력만을 길러 주는 책이 아니라 키퍼 가족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 질서를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하며 또 새로운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까운 분들께 권해드리곤 합니다.

  그럼, 아이들과 함께하는 영어 공부 시간을 기쁘게 즐기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응원하며 부족한 글을 접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