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외국인 상사의 비서였습니다. 남달리 영어에 관심이 많았고 좋아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영어 쓸 일이 자연스레 없어졌습니다. 자꾸만 녹슬어가는 머리, 굳어가는 혀 때문에라도 ‘뭔가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영어 공부를 찾기로 했습니다.

생각은 굴뚝같은데 막상 시작하려니, 아직 알파벳 아니 한글도 모르는 아이와 공부를 같이 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회화를 시작할 수도, 문자를 가르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동화책이었습니다. 비록 글을 모르더라도 그림만으로도 아이의 상상력을 풍족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책을 골라야 할 지 너무 막막해, 서점에서 권유하거나, 책을 통해 추천된 것으로 일단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활용법을 몰라서인지 뭔가 겉돌기만 할 뿐 아이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중요한 건 아이가 그다지 재미있어 하질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말 그대로 학습이 되어버렸습니다. '재미가 있는 뭔가가 필요하구나' 싶어 그때부터 인터넷을 뒤지게 되었습니다. 그땐, 인북스는 커녕 ORT 조차도 몰랐습니다.

처음에 코스북을 찾다가 ORT와 인북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나마도 운이 좋은 것이었습니다. 다른 교재를 사려고 가격까지 맞춰놓은 상태였으니까요. ‘ORT는 우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다’고나 할까.. 어른인 제가 보기에도 무척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일상생활을 담은, 페이지 가득한 그림에 문장 하나, 정말 제가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교재를 고르는데 조금이라도 걱정을 했었더라면, 낱권이나 1단계만 구입했겠지만, 뭘 믿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한꺼번에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구입했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아이는 ORT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가족과 ORT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흔히들 ‘1단계는 글이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는 경제사정 때문에) 구입을 안하시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1단계는 아이에게 흥미를 일으킬만한 여러 소재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영어에 부담을 느낄까봐 도입용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림을 보며 아이와 얘기를 나누듯(물론 우리말루요..영어로 하면 더 좋겠지만..) 같이 보고 웃고 떠들며 오디오 테이프를 들었습니다.

2단계에서부터는 한 문장씩 정성껏 읽어 주었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는 잠자기 전 시간을 이용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을 택한건데 아이는 그 시간이 무척 좋았나 봅니다. 처음엔 엄마와 단둘이 있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더니, 차츰 책 자체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한 권으로 끝나는 일은 없습니다. 아예 3~4권을 미리 예약해 놓고 읽습니다. 먼저 제가 읽어주고 그 다음에 오디오 테이프를 들려주는데, 갈 수록 테이프 듣기를 더 좋아했습니다. 원어민 발음을 많이 들어서인지 다들 아이의 발음이 좋다고들 합니다. 제가 영어로 말을 하면 듣기만 하다가, 어느새 대꾸도 하고, 키퍼(책 속의 또래인물)가 하던 말이라던가 행동등으로 조금씩 반응을 보였습니다.

2단계를 거의 다 읽어 갈 무렵, " 엄마, The Dream 읽어줘!" 하길래 장난 삼아 " 명이가 찾아오면 읽어주지" 했는데 책을 찾아 들고 왔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종이에 The Dream을 적고 물어보았더니 " The Dream 이잖아" 하며 뭘 묻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습니다. 그래서 읽었던 책 제목과 자주 나오는 단어들을 주~욱 적어놓고 물어보니 다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소리와 글자를 연결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3단계를 다 읽어가는데 웬만한 문장은 읽어냅니다. 물론 자기가 한번이라도 읽어봤던 문장이지만 말예요. 그러나 더 나아져서 아주 나중에는 스스로 읽을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