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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가족은 몇 년 전부터 일본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영어 교육이 열병처럼 퍼지는 동안 일어를 공부하는 데 시간을 쏟아야 했던 것이 현실이었죠.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만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다른 엄마들처럼 절실하게 피부로 느낄 수도 없었거니와 새로운 문화, 언어적응에의 기간도 결코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이제 겨우 일어는 일어로 생각하며 말할 수 있게 되자 또 하나의 새로운 언어회로 작성에의 계획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느슨하게 영어시작의 한계연령을 제 나름대로 12세로 넉넉히 잡았으나 홍수같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더군요. 그러던 중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ORT의 이름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체계적인 읽기교육이란 그 문구 하나에 솔깃하게 되었고 큰애의 여덟 번째 생일과 함께 운 좋게도 인북스의 ORT 2-3 full set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북스에는 활용정보가 실려 있었기에 초보인 제가 믿고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2단계의 스토리는 연령상 재미를 못 느낄 것 같아 망설이기도 하였으나 유치원 동생이 있어 결정하게 되었지요.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무척 기뻐했고 뭐든지 적극적으로 하려 드는 아들과, 뒤에서 슬쩍 곁눈질로 터득해 가는 딸에게 영어를 왜 해야 하는지부터 시작했습니다. 책방주인이 되고 싶은 딸에게는 걸러냄 없이 해외 작가의 감정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기쁨으로, 음악가가 되고 싶은 아들에게는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꿈꾸게 하며 땀 흘리는 사이에 세계의 질서, 힘겨루기 부문까지 확대되어버린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려웠겠지만 책 읽기 좋은 계절에 베란다를 통해 보이는 달님까지도 응원의 미소를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집도 ORT의 명성에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9월 3일] 기다리던 책이 이틀 만에 도착했지요. 어찌나 기쁘던지 가장 먼저 보너스인 세계지도를 벽 한가운데에 붙여놓고 세계로 눈을 돌려 폭넓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죠. 잠자기 전 Stage2 Stories를 Tape과 함께 보여주며 반응을 탐색, 책은 어렵지 않게 따라 하며 즐겼으나 Tape의 영어설명문 부분에는 아니나 다를까 갸우뚱~. 지레 겁먹지 않도록 이 부분은 우리말로 재미있게 한글동화처럼 들려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정신 없는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간단한 영어 질문은 몇 번 하다 보니 질문 패턴이 거의 같아서 며칠 뒤에는 그냥 알아 듣게 되었어요. 또한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CD를 함께 활용하면서 꾸준하게 이어갔어요.   [9월 15일] 약 2주간에 걸쳐 2단계 5권의 책이 끝나고 아이들은 등장인물을 알기 시작하고 계속 이어지는 스토리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3번째 이야기인 ‘A new dog’를 읽고 난 딸아이는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강아지’를 가지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다 쓰고 있으니 floppy를 닮은 인형이라도 찾아봐야 하겠어요. 또 기억에 남는 것은 2단계의 ‘The go-kart’에 나오는 질문 중 “Have you ever been in a fight?” 라는 질문에서는 샛길로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이런 형식의 질문이 많아서 영어공부라기 보다는 미니토론시간 같은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시간이 흐르면서 대답하는 게 조금씩 논리가 잡히기 시작해서 꼭 영어실력 향상이란 면이 아닌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화제를 가지고 짧은 이야기 속에서 많은 질문을 해 주는 것이 바로 ORT의 특별함이다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5권을 마치고서 이 작은 책을 다시 한번 훑어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며 아이들과의 특별한 시간을 나눌 수 있게 해준 키퍼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어요. 그래도 영어에 대한 작은 욕심도 빼 놓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드러낼 수는 없어도 확인 해 보고 싶어지는 마음도 가끔씩 생겼었는데 놀랍게도 작은 애가 오늘 책을 읽어 내리더군요. 암기는 아니고 글씨를 보면서 어느 정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요 ? 관심이란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 작은 책이 다른 크고 화려한 책들을 누르고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더니 아주 큰 힘을 발휘해 주었네요.  그리고 큰 아이는 초등학생이라고 우리말과 일본어 그리고 영어의 다른 점 찾기에 신이 나 있어요. 이렇게 해서 저의 궁금증은 풀렸습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준 ORT와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도중에 비바람이 몰아치더라도 뿌리가 튼튼하면 먼 훗날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으리라고 믿기에 천천히 휩쓸리지 않는 자세로 가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처럼 영어도 가깝게 되기를 바라지만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 아닌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도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
